나는 평소 풍수지리 같은 걸 별로 믿지 않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도 저런 걸 믿는 사람이 있나?’ 싶은 쪽에 가깝다.
이사 날짜를 손 없는 날로 고르고 집 번지수까지 점술가에게 보여주며
‘기운’을 본다는 걸 보면 그냥 웃음만 나오곤 한다.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요즘 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최근 내가 중개를 한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그냥 우연이라기엔 조금… 섬뜩할 정도다.
이 집의 첫 입주자는 이혼했고,
그다음 계약자도 이혼.
심지어 잔금도 치르지 못하고 민사소송에 휘말리는 일까지 생겼다.
그리고 지금 거주 중인 분은 사업 부도로 인해 월세 집으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처음엔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같은 집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걸 보니 슬슬 “이 집 뭔가 있다…”
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파트에도 기운이 있는 것일까?
풍수지리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서나 따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파트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구조도 비슷하고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아파트도 나쁜 기운을 품은 곳이 있는 걸까?
진심으로 이 집엔 소금이라도 한번 뿌렸어야 했던 거 아닐까?
문밖에 부적이라도 붙여야 했던 건지…
그래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
물론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모든 걸 집 탓만 할 수 있을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 고 하지 않던가.
이혼이든 분쟁이든… 결국 가정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두 사람 중 어느 한쪽만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배려했다면…
그렇다면 ‘풍수지리’나 ‘집의 기운’ 같은 말은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풍수지리를 맹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이런 현상을 ‘완전히 무시할 일도 아니구나’ 싶다.
앞으로 이사를 한다면 나도 모르게 풍수지리와 관련된 것을 슬쩍 한 번쯤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아무리 이성적으로 살려고 해도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삶에 찾아오고 있다.
그래서 인생을 조금은 열어 두고 조금은 믿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나 기운이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더 잘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비록 답은 없더라도 때로는 그런 '믿음' 하나가 우리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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