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도에 따르면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90대 중반의 나이에 골프 ‘이글’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소식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 그 이상이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탄과 함께 삶의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권 이사장이 골프를 60대에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중년에 접어들어 비로소 잡기 시작한 골프채가 30여 년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이글’이라는 찬란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가 보여준 모습은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오래된 말이 진정한 진실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고 있다.

필자 역시 지금까지 구기 운동은 애써 피하며 늘 변방만 맴돌았다. 그저 관망하는 자세로 나를 합리화하며 움직임을 미루기 일쑤였다. 이제야 몸을 움직이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굳어버린 근육은 팔과 하체의 협응조차 버거워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허공만 가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도전 해보고 싶은 욕망이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한다.

육십 대에 늦은 마음으로 시작한 컴퓨터 공부는 결국 엑셀 자격증 취득이라는 작은 성과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도전인 인공지능 공부에 발을 들였다. 한글 문서 작성 자격증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나 허우적거리며 고전하고 있지만 어딘가 가슴 한 켠에서는 여전히 이 도전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줄 것이라는 희망이 살아 있다.

이따금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 이 나이에 이런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뒤돌아보며 단념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이왕 칼을 들었으니 썩은 호박이라도 한 번 찔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설사 그 결실이 크지 않더라도 행동 그 자체가 이미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애써 배운 것들이 기억의 강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현실과 마주하곤 한다. 이건 분명 나이 드는 이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자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권노갑 이사장의 "이글" 소식은 내 마음을 깊이 흔든다.

‘이글’은 단지 골프에서 좋은 점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연습과 집중력 그리고 도전하려는 자세가 만들어낸 기적의 이름이다. 그의 ‘이글’은 놀라운 스포츠 성과임과 동시에 90대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삶의 태도가 빚어낸 위대한 순간이다.

60대에 시작해 90대에 꽃을 피운 그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그저 신기한 뉴스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나 또한 그 징검다리를 밟고 싶은 한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몸은 무거워지고 생각도 느려지며 모든 것이 낯설어진다.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결국 도달하게 된다.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말처럼 나이가 들어도 배우고 활동해야 치매도 예방되고 건강한 삶이 유지된다. 이 말들이 이제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이 말을 마음의 거울로 삼아 세상에 살아 있는 한 모든 것과 부딪히며 내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단지 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배우려는 자세 움직이려는 실천은 곧 가족을 위한 길이며 더 나아가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소명을 다하는 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이글’ 같은 순간은 찾아올 수 있다. 그 순간이 골프에서일 수도 있고 삶의 어느 영역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친구의 조언을 들으며 자세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여전히 허공을 가르는 듯하지만 어쩌면 그 한 번의 스윙이 내 삶의 ‘이글’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믿는다 언젠가 나만의 ‘이글’이 꼭 한 번은 그려질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