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신부를 꽃가마에 태워 신랑 집으로 모셔가는 장면을 종종 보곤 했다.
신랑의 방에서 대기하던 신부를 보기 위해 문풍지에 조심스레 구멍을 내고 아이들이 앞다퉈 얼굴을 엿보던 그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혼식은 대개 신부의 집 마당에서 치러졌고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는 고운 자태로 정중히 예를 올리곤 했다.
내가 결혼식을 올릴 때만 해도 친구가 함진아비가 되어 함을 등에 지고 마른오징어를 얼굴에 쓰고 신부집으로 찾아가 "함 사시오!"라고 외치면 신부 지인들이 돈을 징검다리처럼 놓아 함진아비를 재빨리 집으로 모셔가려고 애를 썼는데 서로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함을 중간에 내려놓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동안 주변 이웃집에서 그 소리를 듣고 나와서 그 집안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어 소문이 온 동네로 삽시간에 퍼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결혼식은 우리 세대가 결혼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청첩장부터가 다르다.
두툼한 종이 청첩장 대신 이제는 모바일 청첩장이 주를 이룬다.
‘몇 부를 찍어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이 야외 스냅 사진부터 위치 정보 마음을 담은 영상까지 한 장의 링크에 모두 담을 수 있다.
신부 입장도 달라졌다.
예전엔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익숙했지만
요즘은 신랑과 나란히 함께 입장하는 부부들의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럽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주례사’.
정해진 틀 안에서 길게 이어졌던 말 대신 신랑 신부의 부모가 직접 자녀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한다.
그 짧은 말 속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어떤 거창한 주례사보다 더 깊고 따뜻하게 가슴을 울린다.
결혼식은 점점 더 간소화되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순간의 감동과 진심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폐백을 생략하는 신랑 신부도 많아졌고, 대신 연회장을 돌며 손님 한 분 한 분께 직접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비용도 줄이고 마음도 전하는 일석이조의 변화다.
최근 결혼식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부르며 신부에게 마음을 전하거나
신랑의 친구들이 도열해 신부에게 한 송이씩 장미꽃을 건네던 순간이었다.
그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꼭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친구 자녀나 모임 회원들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유독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나는 여전히 결혼이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이자
더 나아가 나라를 살리는 작은 애국이라고 믿는다.